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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도의 도박 인생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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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섭이와의 운명적 대결 


윈 카지노의 유명한 '호섭이'가 등장했습니다. 바가지 머리에 초라한 행색, 완전 봉철이보다도 못하게 보이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엄청난 뱅크롤을 가진 그를 보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홀덤장은 이제 완전히 글로벌화되어 있었습니다. 호주, 포르투갈,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온 플레이어들이 매일 같은 얼굴로 인사를 나눴죠.


"오, 데스페라도! 빅피쉬(big fish) 하나 왔네."


한 바퀴 돌기 전에 알 수 있었습니다. 호섭이는 겉보기와 똑같은 완벽한 '물고기'였습니다. '바가바가' 액션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상대하기가 힘듭니다. 돈을 따내려면 진짜 잘 엮어야 하거든요. A♠K♠나 A♠A♣가 그렇게 쉽게 오지도 않는데...


팔딱거리는 액션 대장들은 마치 물 만난 피라냐처럼 달려들어 뜯어먹습니다. 아홉 명이 붙어서 호섭이를 노리는 거죠.


호섭이의 특징은 매 판 '림프(limp)'였습니다. 스몰 블라인드 100, 빅 블라인드 200에서 그냥 콜만 하고 플랍을 봤죠. 좋은 카드가 아니어도 2-2같은 패로 들어와서 플랍을 보는 겁니다.


2-2가 깔리면 포기해야 하는데, 그는 끝까지 갔습니다. 뽀뿌리(스트레이트 드로우)가 생기거나 플러시 드로우가 생기면 절대 죽지 않았죠. 마지막 리버 카드에서 안 맞으면 체크, 상대가 배팅하면 폴드하는... 완벽한 물고기 스타일이었습니다.


모든 레귤러들이 호섭이를 한 번씩 찍어서 칩을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페라도에겐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A♠K♠로 레이즈하면 다들 폴드하는데 호섭이만 콜. 플랍이 4♠5♣7♥ 같은 게 나오면 호섭이가 느닷없이 배팅을 했습니다.


"뭐지? 중간 페어라도 맞았나?"


때로는 호섭이가 체크하면 제가 배팅했다가 느닷없이 레이즈를 당했습니다.


"내 카드를 읽은 건가? 아니면 또 뭔가 걸린 건가..."


마치 마을의 바보가 저를 농락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모두가 인정하는 '호구'에게 당하다 보니 점점 위축되고 카드도 안 풀렸습니다.


호섭이가 저를 볼 때마다 생각했을 겁니다.

"야, 내 밑에 저 한국놈 제하나네. 맨 마지막에 앉은 놈... 나보다 못하는 건 제하나밖에 없네. 체크-레이즈 한번 하면 저 새끼 맨날 죽네. 저거 하나 보고 쳐야지."


자존심이 상하고 정말 미치겠더군요. 다른 레귤러들한테도 블러프를 쳤지만, 그들은 달랐습니다. 베팅의 흐름, 베팅의 결이 있었거든요. 체크-체크 하다가 누가 봐도 드로우가 말라버렸을 때 밀어내기로 치는 거죠.


레귤러들은 숨소리 하나, 베팅 나오는 속도, 베팅 나오는 순간의 찰나까지 다 읽고 콜하거나 폴드합니다. 그런데 호섭이는 다른 애들한테는 블러프 쳐서 밀어내다가 다 잡혀서 12만, 20만씩 넘겨주면서...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내가 용기가 없나? 콜을 못하나?"


콜하면 진짜 뭔가 맞아있고... 이렇게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좋아, 딱 한 번만 기회가 온다면... 내가 트랩을 완벽하게 파놓고 호섭이 너를 한방에 끝내주마."


이를 악물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중 스몰 블라인드 자리에서 A♣A♠를 받았습니다. 홀덤에서 스몰은 최악의 포지션입니다. 모든 액션을 제일 먼저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랐습니다. A♣A♠. 플랍 전까진 무조건 1등 패죠.


100-200 판에서 호섭이가 콜했고, 뒤에서도 몇 명이 림프로 따라왔습니다. 


"무조건 호섭이랑 둘이서만 가야 해.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에이스 페어 하나로는 위험해."


평소보다 훨씬 크게 2,400불을 레이즈했습니다. 호섭이가 돈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콜. 다른 레귤러들은 모두 폴드했습니다.


플랍이 J♠2♥2♦로 깔렸습니다. 무늬는 전부 달랐죠.


"완벽해! 드로우도 없고... 호섭이가 A,2로 콜했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어. 이건 운명이다."


호섭이가 5-6 수티드나 8-9 수티드 같은 걸 들고 있다면, 이 플랍은 완전히 빗나간 거죠. 2-2가 깔렸으니 턴의 8, 리버의 9가 나와도 투페어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체크하자 호섭이가 묵직하게 7,500불을 베팅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 콜만 했죠.


턴 카드로 9♠가 나왔습니다. J♠2♥2♦9♠. 이제 스페이드 백도어 플러시 드로우도 생겼네요.


머릿속으로 호섭이의 패를 분석했습니다. Q♥T♥면 스트레이트 드로우, K♠T♠면 플러시 드로우... 하지만 이런 패로 2,400불을 콜했을 리가 없죠.


"더 이상 천천히 가는 건 물이다. 여기서 트랩을 놓자."


체크하자 호섭이가 2만 불(약 3-400만 원)을 베팅했습니다. 남은 스택을 보니 호섭이는 3만 불, 저는 4만 5천 불.


"제발... 제발..."


"올인!"


칩을 던지자마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칩이 테이블에 떨어지기도 전에 호섭이가 "콜!"을 외쳤습니다.


"아... 좆됐다. 2-2야? 아니면 J-2? 설마 트립스?"


35,000불, 한화로 6백만 원이 넘는 돈이 걸린 팟. 절망적인 예감이 엄습했습니다.


리버 카드로 J♣가 나왔습니다. 보드는 J♠2♥2♦9♠J♣.


먼저 올인한 사람이 카드를 오픈해야 합니다. 자신 없는 표정으로 A♣A♠를 보여줬죠.


호섭이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4♣를 까보였습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내가 이긴 거 아닌가?"


하지만 그 때, 호섭이가 사악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카드를 까보였습니다.


......  J♥ 


2,400불 콜을 받고 들어왔다가, 플랍에서 잭 하나 맞고 2만 불을 베팅하고, 키커 4로 올인까지 받아낸 겁니다.


"야... 해도해도 너무한다 호섭이 새끼야..."


2-3천만 원이 리버 투아웃으로 날아갔습니다. 중국 애들이 비웃는 것도, 호섭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칩을 쓸어가는 것도 화가 났지만... 가장 큰 분노는 자신을 향했습니다.


"페라도... 대체 나는 어디고 여긴 누구냐? 내가 갈 곳은 어디냐?"


남은 호섭이의 3만 불, 제 4만 5천 불, 그리고 100불짜리 몇 개... 15,000불을 들고 쪽팔려서 일어섰습니다. 에이스 페어로 진 것도 데미지가 크지만, 이런 '호구'에게 당하니 더욱 쪽팔렸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집에 갈 수도 없고... 축축해진 손에 만 불짜리 한 장, 5천 불짜리 한 장, 100불짜리 몇 개를 쥔 채로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홀덤장에서 숙소로 가는 입구는 대각선으로 한참 걸어야 했습니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슬롯머신들과 블랙잭 테이블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죠.


정문 직전,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텅 빈 바카라 테이블이 보였습니다.


운명이었을까요? 아니면 짜여진 각본이었을까요?


자석에 끌리듯 바카라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바카라에 배팅해본 적 없었습니다. 룰도 몰랐죠. 하지만 그저 일어서서 만 불짜리 갈색 칩을 플레이어 쪽에 올려놓았습니다.


마치 귀신이 씌운 것처럼...


"페라도야, 본전 찾아야지... 어디 가는 거야? 오빠가 본전 찾아줄게... 플레이어가 지금 좋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홀덤 용어 설명

- 백도어(Backdoor): 턴과 리버에서 연속으로 맞춰야 하는 드로우

- 투아웃(Two-outer): 남은 2장의 카드로만 이길 수 있는 상황

- 키커(Kicker): 동일한 패가 나왔을 때 승패를 가르는 나머지 카드

- 체크-레이즈(Check-raise): 체크 후 상대의 베팅에 레이즈로 대응하는 전략

- 블러프(Bluff): 좋지 않은 패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전략

- 밀어내기: 상대를 폴드시키기 위한 공격적 베팅

- 드로우(Draw):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패

- 림프(Limp): 최소 베팅으로만 참여하는 것

- 백도어(Backdoor): 턴과 리버에서 연속으로 맞춰야 하는 드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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