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늘도, 카지노 ARS를 누른다
본문
[이겨울]
50대 중반의 여성으로 두 딸의 엄 마다. 방송 구성작가를 하였으며 출판사 편집장, 청소년센터 프로젝 트 기획팀장을 지냈다. 30대에 인 터넷 회사를 창업한 후, 우연하게 들렸던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 에 중독되어 이후 패가망신을 겪는 다. ‘강원랜드 이기는 방법’ 의 다 음카페 커뮤니티에서 카지노에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꾸준하 게 글로 써 왔으며, 그를 바탕으로 2023년에 자전 에세이를 펴낸다.
좌충우돌 카지노 에세이
오늘도,
카지노 ARS를
누른다.
이겨울 지음
글을 쓰면서
카지노에 가는 것을 어떤 사람들은 도박장에 간다라고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놀이터에 간다고 표현한다. 카지노에 서 만난 사람을 도박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겜블러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부엌칼의 용도가 원래, 주방도구이다. 주방도구로 만들어 진 부엌칼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 쓰이는 도구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몇몇 사람들에게 부엌칼은 누군가를 해치거나 위협할 때 쓰는 살인무기이며 폭력적인 도구이다. 같은 부엌칼인데 목적과 용도에 따라 그 쓰임새가 크게 달라진다.
카지노 게임은 현재까지 내가 알고 있는 취미와 레저 중 가장 재밌는 놀이이다. 승부가 있고, 전략이 있고, 희로애락 이 다 있다. 나는 그곳에서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스릴 과 환희 그리고 좌절과 패배를 느낀다. 이기면 이겨서 재밌
고, 지면 진대로 안타까움이 있지만 재밌는 건 어쩔 수 없 다.
나에게 카지노란, 언제라도 놀러가서 얼마간의 돈으로 재 밌게 게임하는 놀이터다. 그래서 카지노에 놀러가기 위해 종종 ARS 번호를 누른다. 빠른 번호를 받아, 좋아하는 게 임을 하기 위해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이 취미라고 누구에게, 어디에서나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한다. 카지노는 도박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또 대부분이 도박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돈을 따기 위해 내 돈을 거는 게임, 그건 도박이니까.
도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패가망신하고 심지어 자살 했던 이도 적지 않다. 또 불미스러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도박이다. 카지노 게임이 도박이 되지 않고, 즐 기는 레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 다.
돈 앞에서 욕심이 없을 리 없고, 욕심 갖지 않을 사람 없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 댓가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나락이었으며 패가망신이었다. 내가 잘못 걸어온 길, 잘못된 과정들이 이 책에 들어있다. 내가 걸어왔던 그 잘못 된 길은 안타깝게도 오늘, 누군가가 또 걷고 있는 길이다.
다행스럽게 나는, 나를 반성하게 하고, 도박이 아닌 레저 로 카지노를 대할 수 있게 일깨워준 다음카페 (강원랜드 이 기는 방법, 2004년 개설, 회원수 23,800명, 약칭 BK 카 페)가 있었다. 그 곳에서 보이지 않는 많은 스승과 여러 교 과서를 만났다.
다양한 게임후기, 게임에 대한 지식과 요령, 즐거운 승리, 쓰라린 패배 후기, 그리고 각자가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 등. 모두 내게는 반면교사, 타산지석이 되었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이 기대했던 카지노에서 10억을 땄네, 100억을 잃었네 라는 식의 호화찬란한 명승부의 이 야기는 없다. 암에 걸렸네, 시한부 생명이네 하는 짠한 이 야기도 없다. 앵벌이가 되었다가 세계대회에서 챔피언이 됐 다는 식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도 없다.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한 한 사람의 20년동안의 좌충우돌 카지노 경험담이다.
그런데 알게 됐다. 매일 ARS 번호를 누르고 카지노 입 장번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아침 10시가 되어 카지노 객장 으로 들어가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두 나같은 지극히 평 범한 직장인, 주부, 사업자, 청년들이라는 것을.. 내 주변에 서 흔하게 마주치는 내 이웃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지 비법과 요령을 소 개하는 책도 여럿 있고, 카지노로 패가망신하여 앵벌이가 되었거나 단도에 접어든 사람의 자전적 소설도 나와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카지노 게임을 끊으라고 말한다. 도박으로 인한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며, 도박을 해서 부자가 되거 나 평생 이기는 게임을 하는 승자는 없기 때문이다. 도박에 서 돈을 따는 건 오로지 하우스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감히 말한다. 카지노를 즐겨라 ~ !!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해서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즐기며 사는 것이 좀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 각한다.
즐길 수 없다면, 즐길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위험한 범위에 들어섰다면, 물론 카지노 게임은 당장 끊어야 하고, 바로 멈춰야 한다. 카지노를 도박으로 대하는 자 망할 것이요, 카지노를 게임으로 즐기는 자, 흥할 것이다.
카지노 게임을 하면서 망가지고 밑바닥까지 주저앉으며 낭떠러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동정과 연민을 갖 고 있다. 나 역시, 그 상처와 아픔을 겪어왔던 고된 과정과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박꾼, 도박장이라는 사회적 멸시와 힐난 때문에 그 고 통의 무게가 더 무거웠을 사람들, 비난과 질타가 두려워 누 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어서 혼자만의 속앓이를 하며 보내왔 던 고독과 외로움의 긴 시간들, 또 누구도 마음을 헤아리고 알아 주는 이가 없기에 갈수록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 그들에게 적어도 나 한명 쯤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힘들었지? 많이 힘들었을거야.. 나도 그랬거든. 그동안 견뎌오느라 수고했어. 대견해.
이제 걱정 하지마. 천천히 다른 길을 같이 가보자.”
카지노를 입장하기 위해 오늘도 ARS 번호를 누르고 있 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나의 진심어린 위로의 말이다.
(2023년의 새봄이 오기 전, 겨울에)
이겨울의 좌충우돌 카지노 에세이
'오늘도, 카지노 ARS를 누른다.'
책 구매 : https://smartstore.naver.com/leechae_p/products/823391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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