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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강원랜드 카지노에 빠져서 십수년간 다니면서 비단 잃은 것이 돈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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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늪


## 1장. 시작된 유혹


도박이란 단어조차 낯설었던 나는 남들의 도박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저 고개를 돌리며 비난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토록 비인간적인 일에 빠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한 순간의 선택으로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날은 평범한 주말이었다. 아내가 집 앞 시장에서 저렴한 식재료를 고르느라 분주할 시간, 나는 절친한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아내를 잃고 깊은 우울에 빠진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꼼꼼하고 차분했던 친구의 성격은 아내의 죽음 이후 180도 바뀌어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냥 이것저것... 시간 보내려 노력 중이야."


친구의 눈가에 어린 희미한 미소가 낯설었다. 그는 예전과 달리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실은 말이야...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상상도 못할 만한 세계. 거기 가면 시간도 잘 가고,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어."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나는 그의 차에 올랐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점점 낯설어질 때쯤, 친구는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북한산 근처 암자의 스님 이야기 들어봤어?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수재였는데..."


## 2장. 강원랜드에서


담배 연기 자욱한 실내,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눈을 어지럽혔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강원랜드 카지노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블랙잭, 바카라, 룰렛, 비디오 포커 등 각종 게임기 앞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친구는 슬롯머신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의 옆에서 낯선 세계를 구경하며 긴장된 호흡을 가다듬었다. 기계에서 울리는 종소리,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현란한 그림들, 때때로 터져 나오는 환호성... 이 모든 것이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한 번만 해볼래? 간단해. 그림이나 숫자만 맞으면 돼."


친구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나는, 결국 슬롯머신 레버에 손을 얹고 말았다. 그것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 3장. 무너져가는 일상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러나 몇 번의 큰 승리를 맛본 후, 나는 돈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한때는 백 원도 아끼며 살림했던 내가, 수백만 원을 잃고도 무덤덤해졌다. 아내가 시장에서 물건 값을 깎으려 애쓰는 동안, 나는 카지노에서 수천만 원을 태워버렸다.


가정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고,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끌어다 쓰고, 결국엔 사채까지 손을 댔다.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팅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일 밤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아내는, 결국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행적을 수소문한 그녀는 카지노 앞에서 나를 발견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기계 앞을 떠날 수 없었다.


## 4장. 파멸의 끝


결국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고, 자식들마저 등을 돌렸다. 가출한 딸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 실려 갔고, 아들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누군가를 폭행하고 경찰서에 잡혀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본 것은 거실과 방마다 붙어있는 붉은 경매 딱지였다. 혈압으로 쓰러진 아내는 이미 병원으로 실려간 뒤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모든 비극 앞에서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했다.


아내는 끝내 병상에서 눈을 감았다. 자식들은 나를 장례식장에도 들이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나는, 또다시 카지노를 찾았다. 딸이 던져준 30만 원을 들고서. 그리고 그곳에서 딸과 마주쳤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에 서린 실망과 분노를 평생 잊을 수 없게 되었다.


## 에필로그


이제 나는 늙었다. 자식들은 여전히 나를 찾지 않는다. 가끔 찾아가면 벌레 보듯 돈 몇 만 원을 던져주며 다시는 오지 말라 한다.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자의 말로가 이러하다.


강원랜드는 이제 내게 집보다 더 편한 곳이 되었다. 세상은 나를 독벌레처럼 대하지만, 이곳에선 그저 기계와의 승부만이 있을 뿐이다. 허나 나는 간절히 외치고 싶다. 아직 빠져나올 기회가 있는 이들에게. 


도박으로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두운 구석에서 도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돌아가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나처럼 모든 것을 잃기 전에.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나는, 여전히 이 검은 늪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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